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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남해 간 요트 항해 - 날개를 단 자유인

작성일 23-01-1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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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베르 조회 31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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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가소스 조명선 선장남해 상주에 닻을 내리고 숙박하면서 전복 그릴파티
2022년 9월말 저는 여수의 이순신 마리나항에서 요트를 타고 남해 상주 은모래해변에 도착해 바다에서 닻을 내리고 1박한 후 여수로 돌아왔습니다. 2021년에 울진에서 남해 상주까지 3박에 걸친 항해를 한 이후 오랜 만에 다시 요트를 탔습니다.


여수 이순신 마리나항에서 탄 요트는 페가소스입니다. 그리스어로는 페가소스이지만 영어로는 보통 페가수스라고 하니 페가수스로 발음하겠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날개가 달린 말인 존재가 페가수스입니다.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존재이지만 참 절묘한 부분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말과 날개가 참 잘 어울리는 조합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키르기스탄의 속담에 남자는 모름지기 하루의 반은 말 위에서 보내라는 말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 속담의 의미는 아래의 또 다른 키르기스탄 속담을 들으면 이해가 됩니다.


"말은 날개다"


즉 키르기스탄의 유목민들은 말 위에서 날개를 단 듯 자유를 느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루의 반을 말 위에서 보내라는 말은 자유인으로 살라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대자연에서 자유로움을 느껴본 자의 자긍심이 묻어나는 속담입니다.


 날개를 단 반인반마의 존재 페가수스가 요트 이름으로 제 맘에 쏙 들었다는 것을 말하려다 말이 좀 길어졌습니다. 어쨌든 이 요트의 선장님은 역시나 자유인의 풍모를 풍겼습니다. 조명선 선장님은 원래 큰 배의 선장이었는데 지중해에서 난민구제를 위해 뛰어들었다가 이를 원치 않았던 회사와 갈등을 빚으면서 회사를 떠났고 그 뒤로  이 사건을 인생의 터닝포인트 삼아 이제는 자유롭게 살아보겠다고 요트를 사서 세계일주까지 끝낸 분입니다. 지금은 소일거리 삼아 여수 이순신마리나항에서 페가소스로 요트투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마리나산업은 아직 초창기라 턱없이 부족합니다. 여수 이순신마리나항도 슬슬 좁아서 미어터집니다. 배 크기에 따라 한달 10만원에서 50만원까지 월세를 내야하는데 아직 상대적으로 월세는 저렴한 편이지만 자리가 없답니다. 그래서 자릿세로 이미 수천만원의 권리금이 형성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그 틈을 비집고 새로 요트투어업체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반가운 현상입니다. 그런데 아직은 블루오션이지만 시스템구축이 뒤따르지 못하면 혹 레드오션화될 조짐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이 지점에서 인프라구축과 요트문화의 확산이 함께 병행되길 빌어 봅니다.


여수 엑스포항은 요트 업체가 없었는데 2022년부터 요트투어 업체가 한두개 생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엑스포항-오동도-호텔베네치아 쪽에서 여수케이블카를 타고 내리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상권이 형성되면서 활기가 생기고 있습니다.


이제 요트투어에 대해 말씀드려 봅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요트투어는 보통 한두시간으로 끝나니 살짝 맛만 보고 끝나는 셈입니다. 저는 이보다는 좀더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실제적인 투어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페가수스 선장님이 초급자이지만 중급으로 가려고 노력하는 저같은 사람을 위한 1박2일 요트 투어를 내놓은 겁니다. 여수 남해간 바다는 광양만으로 들어가는 대형선박들 때문에 늘 붐비는 곳이고 이 항로를 가로 질러야 하기에 쉽지 않습니다.


입출항신고는 물론이고 실제 항해를 하면서 VTS(Vessel Traffic Service) 해상교통관제소와 VHF로 연결되며 필요한 경우 이곳의 지시를 따라야 합니다. 보통 초단파무선기 채널 16번을 열어놓으면 관제소와 연결이 됩니다. 한번은 VTS 관제소에서 항로를 가로지르지 말고 일단 대기하고 있으라고 하더군요. 어떤 이름의 배가 지나고 나면 바로 항로를 가로지르게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배의 이름은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를 통해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AIS 시스템을 장착하려면 몇백만원 투자가 필요하다는데 다행히 우리 요트는 이게 설치되어 있었고 요긴하게 썼습니다. 


요트에서 대형선박의 속도를 눈대중으로 가늠했을 때는 선박과 선박 사이로 쉽게 항로를 가로지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관제탑 설명으로는 지금가면 충돌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눈대중이 주는 압박감을 이기고 관제탑을 믿고 관제탑이 하라는 대로 지시를 따랐더니 실제로는 잘 건널 수 있었습니다. 이런 현장경험으로 생각보다 대형선박의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을 실감했고 이에 비해 요트의 속도는 느리기 때문에 그냥 대충 눈대중으로 판단해서는 잘못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는 걸 배웠습니다.


또 AIS 시스템에 대해서도 경험했습니다. 전자해도에는 특정 선박의 기본적인 정보가 나옵니다. 지도상의 배를 클릭해 보면 이름과 목표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요트가 이 AIS 시스템이 있는 건 아닌데 이를 구비하는 투자는 나름 의미가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정리하면 VTS, VHF, AIS 라는 3개의 개념이 실전경험을 통해 제 머릿속에 쏙 들어와 박혔습니다. 입출항신고를 제외하고 실제 항해할 때 필요한 세가지입니다. 


남해 상주 은모래해변 앞바다에서 정박하면서 말투는 좀 까칠하지만 사실 인심 후한 선장님이 쏜 전복으로 밤바다 요트위에서 그릴을 한 것은 잊을 수 없는 한편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참 유용하고 즐거운 항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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