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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형을 위한 변명 - 누워 쉴 수 있다

작성일 20-11-0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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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로드 조회 1,85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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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획일적인 평상형 구조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낸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나름 평상형에 대한 변명같은 것을 해서 조금 균형을 맞추어 보고 싶습니다.


유럽사람들은 침대는 잘 때만 씁니다. 자기 위한 목적 이외로 침대에 누워있다면 아플 때뿐입니다.  이런 유럽인의 특성상 캠핑카를 만들 때 침대공간은 활용도가 낮은 공간이라 자신들의 덩치에 비해서는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고 일상생활을 위해서는 별도로 의자와 테이블이 필요합니다. 이런 입식 생활이 허리와 건강에는 좋겠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협소한 캠핑카 공간에서 죽어도 침대와는 별도의 공간이 다시 필요하다는 사고의 경직성은 때론 단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거실에 쇼파가 있어도 바닥에 앉아 쇼파를 등받이로 씁니다. 혹은 앉으라고 되어 있는 쇼파에 누워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제대로 쉬려면 아마도 누을 수 있어야만 가능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특정 공간에서 항상 가장 낮은 위치에너지를 추구하고 이를 통해 누구도 흔들 수 없는 평안함을 추구하는 특성이 있는 한국사람들에겐 누워 쉴 수 없으면 쉬는 게 아닙니다. 평상형 구조는 항상 누워 쉴 자리를 찾는 한국인에게 언제든지 누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부족한 공간은 평상을 다목적으로 활용해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다목적 활용을 위해선 보통 양반다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단점입니다.


유럽에 오래 살았지만 저도 한국인이므로 당연히 눕는 걸 좋아합니다. 하지만 양반다리만큼은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것의 저의 딜레마로 어렴풋이 이 두가지를 적절히 배합해 양반다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하프 혹은 하이브리드 평상형 구조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업데이트된 유니캠프 RTS 버전을 보니 아빠가 항상 한켠에서 즉시 누워 쉴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결국 업무를 해야한다면 평상에서 양반다리를 하는게 아니고 멀쩡히 의자에 앉아서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쇼파로 사용하다 침대로 변환할 수도 있는 구조가 공간활용측면에서 나쁘지 않지만 피곤할 때 한바탕 난리를 치고 변환을 해야만 누을 수 있는 게 아니고 항상 짬짬이 생각날 때 마다 바로 누을 수 있게 해 놓은 게 한국적인 맨탈리티를 배려하면서도 동서양의 문화의 장점을 적절히 잘 비벼 놓은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평상형에 깃든 미니멀리즘, 그리고  이를 통한 무한한 변주의 가능성은 아름답고 한국인으로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이 있습니다. 평소 8할 미니멀리스트를 자처하는 제가 앞으로 캠핑카를 자작하게 되면 평상형의 자유로운 장점을 나름 보존하면서도 입식생활의 장점도 누릴 수 있는 나름 창조적인 하프 평상형 구조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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