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나주국밥집에서 매일 밥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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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로드 댓글 0건 조회 1,718회 작성일 21-04-03 13:09본문
이번 2021년 봄 제가 연이어 운전면허를 딸 때 1종대형은 여수에서 땄지만 오토바이면허는 취급하는 곳이 없어 나주까지 가서 모텔에서 3박4일을 지내면서 인근 운전학원을 다녔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이 매일 연습이 끝나면 나주 금성관 앞의 나주국밥거리에 가서 1만2천원짜리 수육나주국밥을 먹었습니다.
3대 나주국밥집이 있다는데 제일 알려진 곳이 <나주국밥 하얀집>이고 그 다음이 <나주국밥 노안집> 마지막으로 <남평 할매집> 이렇게 세 곳이라고 합니다.
맛은 세 곳이 모두 나무랄 데 없이 좋았습니다. 이번에 느낀 거지만 국물의 향도 좋았습니다. 고기의 품질도 신선했습니다. 모두 밥이 이미 말아져 나왔던 거 같은데 밥이 말아져 나온다는 것은 토렴을 했다는 의미겠죠.
토렴을 해야 찬밥이 적당히 데워져 더 맛있다고도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개인적으로는 밥이 별도로 나오는 따로국밥이 더 좋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밥을 한꺼번에 다 말아버리면 먹는 데 시간이 걸리기에 그 사이 국밥에 있는 밥알이 불기 때문이고 밥이 국물을 흡수해 국물이 너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밥알이 통통 불어터진 건 싫지만 전혀 국물을 머금지 않은 밥알도 좋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약간 국물을 빨아들인 게 더 맛있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러니 의외로 제겐 마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먼저 몇 숟갈 밥 따로 해서 고기를 건져먹다가 나중에 밥을 말 때도 한번에 다 말지 않고 나누어서 맙니다. 밥과 국물의 양, 국물의 온도에 따라서 그때 그때 다르게 밥을 말아 먹습니다.
따로국밥식이든지 토렴식이든지 어쨌든 한국의 대부분의 아재들이 국밥을 좋아하듯이 저도 국밥을 참 좋아합니다. 이렇듯 국밥은 아재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듯합니다. 그냥 빠른 시간 안에 대충 때려 넣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건데 뭐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저는 이에 살짝 소심한 반항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어렸을 때 우리나라가 찢어지게 가난해서 국물 음식이 많았다고 들었으나 요즘 나이 들어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음식에 국물이 많은 것이 꼭 우리가 가난해서, 그래서 음식을 불려 먹기 위해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가 사는 유럽에는 물에 석회가 섞여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좋은 물이 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에서는 설거지를 할 때도 극도로 물을 아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적응하기 힘들지만 퐁퐁물에 씻은 다음 그냥 쓱 닦고 끝냅니다. 우리처럼 맑은 물로 퐁퐁흔적을 씻어내는 행굼 과정이 없습니다. 식당에서 물을 시키면 대부분의 음료수보다 물값이 오히려 비쌉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퍼센트 이상이 산지입니다. 산은 물을 필터링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전국 어디서나 산기슭에 위치한 마을에선 맑은 물이 나옵니다. 전세계적으로 이처럼 물이 좋은 곳이 많지 않다고 봅니다. 원래 물은 참으로 귀한 자원이고 이렇게 물이 좋은 우리나라에 국물 음식이 많은 게 당연한 결과이고 복 받은 걸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저같은 아재의 국물 음식에 대한 사랑을 너무 비관적인 시선으로만 보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마디 변명을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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