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위험해진 유럽 - 화물 밴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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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베르 댓글 0건 조회 132회 작성일 24-01-18 21:44본문
저는 2023년 12월 15일부터 올해 1월 4일까지 유럽의 여러나라를 차로 여행했는데 어느때보다 치안이 악화된 현실을 여러가지로 체험했기에 이에 대해 기록을 남기고자 합니다.
12월 17일 김민재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뮌헨을 찾았다가 경기가 늦게 열리기에 오전에는 노이슈반슈타인(백조의 성)을 구경하러 갔다가 성을 내려다볼 수 있는 마리엔다리에서 소매치기를 당해 지갑을 털렸고 모든 현금과 카드를 도난당하고 말았습니다. 지갑은 철렸지만 제 스마트폰에 설치된 구글페이와 삼성페이를 통해 아쉬운 대로 여행 중 필요한 결제를 할 수 있었던 건 다행입니다.
털리고 나서 생각해보니 마리엔다리에서 내려올 때 아마도 남미 페루 정도 되어 보이는 다섯명 이상의 가족의 한 가장이 허둥지둥해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잠시 스쳐 지나갔지만 그의 황망해하는 표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유럽여행을 왔다 지갑을 털린 상황이었죠. 저는 무심코 지나쳤으나 나중에 저도 피해자인걸 알게 되었습니다.
김민재 경기가 끝난 다음날엔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차량 이동 중 45번 고속도로 무인 주차장을 들렀다가 정체불명의 흰색 화물밴으로부터 차량 짐을 털릴 뻔했습니다. 다행히 털리지는 않았지만 복기해 보면 운이 좋아 털리지 않았습니다.
무인 화장실 근처에는 이상하게 차를 댈만한 자리가 없더군요. 큰 화물차가 화장실에 인접한 승용차들 자리를 잠식했기 때문에 화장실에 먼 곳까지 가서 차를 대야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화물차들 주차할 곳이 자리가 충분한데 굳이 화장실 가까운 승용차자리를 침범한 것도 의도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차를 대자 마자 바로 인근에 화물밴이 한대 와서 주차를 하더군요. 이들은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우리를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만일 우리 모두 화장실로 이동했더라면 곧 우리 차량이 털렸을 건데 제가 별로 오줌이 마렵지 않아 차에서 미적거리고 있던 바람에 운좋게 털리지 않았습니다.
독일을 떠나 스페인으로 갈 때 프랑스에서 다시한번 위기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프랑스 리용 근처에서 제가 늘 숙박하는 저가 호텔이 있는데 이 호텔은 낮은 건물이 길게 늘어선 형태입니다. 그래서 바로 방 옆에 차를 세울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차를 가지고 도착했을 때 리셉션 부근에 차를 세울 공간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보통 임시로 가장 가까운 곳에 차를 세우게 되는데 그때 위의 사진의 밴이 서있는 걸 보았습니다. 저는 일행이 있었기에 일행은 차에 남고 저만 리셉션으로 가 수속을 밟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면 이 밴은 저처럼 임시주차하는 차를 노리고 있었던 건데 일행이 차에 남아있는 바람에 제 차를 털 수 없었던 거 같습니다.
이 밴은 제가 방을 배정받고 바로 방 앞에 차를 세웠을 때 다시 바로 이웃한 곳에 다시 그 밴이 나타났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쳤으나 제 일행이 그 밴에 두사람이 타고 있으며 내리지도 않고 우리를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소름 끼치는 상황을 다행히 눈치채고 말해주었습니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계속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정체불명의 밴이 있는데 이를 두고 그대로 저녁식사을 위해 호텔을 떠날 수 없어 저녁식사를 포기해야 되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긴장된 순간이 흘렀습니다. 우리가 꽤 한동안 방에서 버티자 어느 순간 그 밴이 사라져서 긴장된 상황이 해제되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제가 애용하던 호텔은 최근 그 이름이 바뀐 상태였습니다. 짐작컨데 아마도 안전 기준 등 기존의 호텔이 요구하는 적정선의 수준을 담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차저차해서 이름이 바뀌게 된 거라고 짐작이 됩니다. 그리고 단층 건물이 길게 늘어져있고 바로 방 앞에 차를 세울 수 있는 등 비교적 외부 출입과 접근이 자유로운 특성 상 아마도 이미 자주 안전상의 문제가 이슈가 되었고 그것이 이름이 바뀐 이유일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그밖에도 스페인의 지로나 도심에서 정상적으로 한 극장 앞 큰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가 식사를 끝내고 와보니 차에 있던 트렁크 하나와 운전석 옆에 약 20유로 정도의 동전이 털린 상태였습니다. 복기를 해보니 저희가 주차를 하고 이동할 때 우리를 기분나쁘게 지켜보던 일단의 무리가 기억이 났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미 호텔에 큰 짐을 풀고 왔고 허드렛짐만 들어있는 한 트렁크만 차에 남겨놓은 상태였기에 피해가 크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운전석옆에 동전은 털렸지만 사실 조수석앞의 서랍을 열면 약 60유로정도의 지폐가 있었는데 도둑놈들이 서둘렀는지 서랍은 열어볼 생각을 못했는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번 저의 여행은 친동생이 아들과 함께 유럽을 방문했고 저는 축구구경 및 독일과 스페인을 오가며 관광을 시켜주는 것이었는데 끊임없이 사주경계를 해야하는 유럽의 상황이 편치 않았고 그때문에 제대로 관광을 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악명이 높은 바르셀로나에서는 하도 미리부터 조심을 하고 특별히 24시간보안을 한다는 비싼 사설실내주차장을 하루 이용했기에 차가 털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주차장을 떠나 한참후에 프랑스에 들어선 후 차의 일부가 문콕을 당해 스크레치가 난 걸 발견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제 차 옆에 주차했던 육중한 오프로드형 차가 문을 활짝 열면서 이 문이 제 차를 살짝 긁은 듯합니다.
단 한곳도 마음놓고 여행할 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린 유럽, 이것이 현재의 초라한 유럽의 현실입니다.
드디어 대부분의 일정을 끝내고 독일로 들어섰을 때는 안도했을까요. 아닙니다. 한때 한국이 발전된 고속도로와 인프라로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독일은 최근 계속 지체된 인프라투자 때문에 더이상 과거의 독일이 아니었습니다. 독일에서 스페인을 다녀오는데 기본적으로 항상 고속도로를 이용했지만 독일은 상당히 긴 구간을 고속도로 없이 국도를 이용해야 했기에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더구나 국도에서 사고가 났는지 네비가 뺑뺑이를 돌리는 통에 상당한 시간손실을 감수해야했습니다. 그밖에 고속도로에 들어서서도 여기저기 파헤쳐진 채 끝날 줄 모르는 공사구간 때문에 운전이 편치 않았고 사실상 독일에서 최악의 운전상황를 겪었습니다.
독일 친구들이 가끔 프랑스의 고속도로가 과거 너무 허술했던 기억을 떠올리지만 이미 프랑스는 고속도로 이용료를 충실히 챙겨 재투자한 덕에 상당히 쾌적한 고속도로 환경을 달성한 상황이라 사실 독일을 추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프랑스의 고속도로 이용료는 비싸지만(보통 독일에서 스페인을 지날 때 약 1백유로/그러니까 약 15만원 이용료가 듬) 적어도 비싼 이용료가 강도나 도둑떼들을 떼어놓은 효과가 있어 더 안전하기에 차라리 감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 조카가 본 유럽은 한때 선진국이었지만 많은 부분에서 후진화되어가고 있는 노쇠한 유럽의 모습에 다름 아니었을 겁니다. 배울 것이 없어져가는 유럽의 현주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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